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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성키

클라이밍 슬럼프 극복기

by sungkee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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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취미로 클라이밍을 배웠고 불과 1년 사이에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성취감이나 자기효능감 등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지만, 열등감과 피해의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적도 많다. 오늘은 클라이밍을 하며 느꼈던 부정적 감정들을 파헤침으로써 잘못된 사고방식을 뜯어 고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정리해보려 한다.

 


 

클라이밍을 하며 느꼈던 부정적 감정들 - 열등감과 피해의식

열등감은 비교에서 비롯된다. 나의 비교 대상은 클라이밍을 함께 시작한 동기들이었다. 처음엔 실력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모두 높은 레벨의 문제를 쉽게 등반한다. SNS를 통해 그들의 실력을 보고있노라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처럼 성장하지 못한 내가 부족하고 못나 보인다. 열등감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열등감을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치환하면 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스스로를 비난하는데 그쳤다.

 

실력이 부족한 이유를 타고난 신체적 조건때문이라 생각했다. 나는 150cm 중반으로 대한민국 여성 평균 신장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키가 작으면 멀리 있는 홀드를 잡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암장에 가면 나와 비슷한 신체적 조건임에도 실력이 뛰어난 여성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김자인 선수도 나보다 키가 작다. 사실 키와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눈이 멀어 나는 남들처럼 실력있는 클라이머가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손가락과 손목, 무릎통증 등 연이은 부상을 입으며 부정적인 생각은 머리에 강하게 뿌리박혔다. 부상으로 운동을 쉬는 동안 SNS에 올라오는 클라이밍 영상을 의식적으로 보지않았다. 현실의 나와 영상 속 실력자의 간극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런 회피는 성장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스스로를 분석하지 않았고, 실력자로부터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부상을 모두 회복하고, 현재는 웨이트를 통해 근력을 성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마인드부터 바뀌지 않으면 또다시 클라이밍으로부터 회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막연하게 나는 잘 할 수 없어...라고 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파악하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그랬다. 적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감소한다고.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

객관적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키가 작아서 불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나는 키에 비해 팔 길이가 6cm나 길다. 작은 키를 보완할 수 있는 매우 큰 장점이다. 같이 시작했던 동기는 키가 크지만 팔 길이가 나보다 짧다. 누구나 신체적 장단점이 존재하며 주어진 조건 하에서 기술과 근력, 유연성, 순발력 등을 키움으로써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스포츠 클라이밍 실전 교과서(히가시 히데키 저)에서 저자는 실력 향상을 위한 과제로 "약점 줄이기"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아래 6가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의 부족한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초보자니까 사실 6가지 전부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볼더링을 할 때 유난히 부족하다 싶은 부분을 정리해봤다. 

 

 

1) 기술력 부족

돌이켜보면 나는 클라이밍 기술에 대해 별로 배우지 못했다. 처음 3개월 간 지구력을 중심으로 트레이닝했으며, 50분씩 8회짜리 수업 한 번 들은 것이 전부다. 수강인원이 많고 그들의 실력이 대부분 나보다 높아 따라가기가 벅찼다. 기본기가 갖추어져있지 않으니 실력이 어느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기술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나 간단하다. 수업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체화될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다. 사놓고 보지도 않는 클라이밍 책을 제대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좋은 멘토를 만나고 싶다.

 

2) 근육의 부족

코어가 약하다. 클라이밍할 때는 가능한 한 벽에 몸이 가까울수록 좋다. 특히 벽이 경사진 경우, 몸이 벽에서 멀어질 수록 위로 올라갈 때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어 근육이 약하면 기울어진 벽에 내 몸을 가까이 붙이기가 어렵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코어 근육 발달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현재는 꾸준히 레그레이즈와 플랭크를 하며 코어 단련을 하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3) 유연성 부족

햄스트링이 짧다고 느낄 때가 많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뒷쪽에 있는 근육과 힘줄을 의미하는데, 햄스트링이 짧으면 다리 찢는 동작을 하기가 어렵다. 근데... 클라이밍 하는데 다리를 왜 찢어...?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도 클라이밍을 시작하기 전에는 유연성이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홀드가 상체보다 높이 있거나 또는 너무 멀리 있는 경우, 유연하지 않으면 홀드에 발이 닿지 않아 등반을 할 수 없다. 요즘 하체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유튜브를 보면서 주 3회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조금씩 유연해지는 것이 느껴져 상당히 동기부여되고 있다.

 

 


 

마무리하며

클라이밍을 정말 좋아하지만 슬럼프를 겪으며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클라이밍은 무슨 죄가 있나. 그저 나혼자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좌절하며 클라이밍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정리한 후로는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더 커졌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지 명확히 보이니 잡생각이 사라졌다. 다른 사람의 클라이밍 영상을 보며 나와 비교하는 마음도, 나의 신체적 조건에 대한 불만도 많이 줄어들었다. 쓸데없는 생각보다는 해야 할 것을 그저 묵묵히 수행하는 것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마치 김연아 선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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