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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성키

나를 사랑하고 싶다면 일기를 쓰세요.

by sungkee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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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계기는 전시회를 갔다가 예쁘고 비싼 노트를 구매하게 된 것이었다. 무려 15,000원이나 하는 무지 노트였다. 나는 평소에 노트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노트를 구매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일기를 쓰게 되었다.

계기는 사소했으나 일기에는 진심이었다. 초반에는 감사일기를 썼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에 대한 안테나가 예민해졌다. 그전엔 나에 대한 그들의 행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글자로 적으니 당연함보다는 감사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렇듯 감사일기는 나의 하루를 더 가치있고 충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감사일기만 쓰다보면 어두운 면은 다루지 않게 된다는 한계점이 있다. 삶은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어두운 부분도 내 삶의 일부이며, 이를 소화하는 것도 오로지 내 몫이다. 그동안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유튜브 영상이나 운동 등 재미거리를 찾아서 기분 전환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을 때도 그랬다. 평소와 같이 퇴근 후에는 클라이밍을 하고, 심심하면 재밌는 영상을 보며 웃었다. 하지만 불을 끄고 난 후 잠들기 전까지 거의 매일 눈물을 흘렸다. 당시의 나는 내 감정을 살펴보지 않았고, 그저 빨리 이 우울한 감정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왜 이별의 순간까지 가게 되었는지, 내가 상대방에게 원한 것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 감정을 외면하는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예전에는 별 생각없이 지나갔던 부분이 다시 읽으니 상당히 마음에 와닿았다. 아래는 나의 습관을 고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문단이다.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던 사건을 세분화하여 기록해보자. 최근에 있었던 일을 모두 떠올려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했던 일들만 따로 뽑아내서 차례차례 기록하자. 목록을 만들 때는 그 일들이 내게 주었던 느낌이 불안감인지, 열등감인지, 질투심인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뭉뚱그려 ‘기분 나빴다’ 혹은 ‘스트레스 받았다’라고 적기보다는 최대한 분명한 감정을 찾아내자. 하나하나 세분화한 감정들을 눈으로 읽으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레몬심리,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중에서



책을 읽고 나서 일기 쓸 때 부정적 감정에 대한 분석을 해보았다. 과거에 스트레스 받았던 일, 화가 났던 일, 슬펐던 일 등 기억나는 상황을 적고 당시에 나는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감정 단어를 찾아 적었다.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아래 사진의 무드 미터를 참고했다. 여기에도 없으면 인터넷에 검색하여 최대한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 노력했다. 감정을 세분화하니 저자의 말대로 상대방에게 내가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또는 당시에 내가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았을지 등이 보다 쉽게 정리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들며 머리가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방영중인 알쓸인잡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는 다양한 자아를 통합하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이라고 해서 다 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나 자만 등 후회스러운 일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과거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좋지 않은 순간은 잊고 싶고 과거의 내 행동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이렇듯 이해하지 못하는 과거의 나는, 비록 나 자신일지라도 타인이다. 그러므로 타인이 된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기는 언제나 과거의 나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 삶의 긍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모습까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과거의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결국엔 용서하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나를 사랑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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