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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성키

무엇을 선택하느냐 보다 선택 이후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by sungkee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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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내게 첫 선택은 대학교와 전공 학과였다. 하지만 내가 진정 고민해서 지원한 대학과 전공은 아니었다. 성적에 맞으면서 적당한 곳, 그리고 부모님께 추천받은 학교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했던 학교 중 대부분 탈락했고, 내 성적으로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 학교만 합격했다. 덕분에 대학교 안에서도 성적이 높아야 들어갈 수 있는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경영학은 나와 그다지 맞지 않았다. 수업에 흥미가 없었고 학창 시절에 공부만 해서 그런지 자유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1학년 2학기에 학고를 받았다. 하지만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애초에 난 선택에 후회를 별로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기 때문인 것 같다.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였다.

1) 재수 또는 반수
2) 전과
3) 경영학과에 적응

1번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11학번 문과생인 나는 운이 좋게도(?) 수학 미적분을 배우지 않는 마지막 학번이었다. 그런데 재수나 반수를 하면 미적분을 새로 배워야 했고, 이는 내게 꽤 부담이었다. (하지만 결국 공과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미적분과 선형대수까지 공부하게 됐다. 인생은 모르는 것.) 그리고 수시로 입학했던 내가 정시로 현재 대학교보다 더 높은 학교에 입학할 자신이 없었다. 당시 우리 학교가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바람에 12학번부터 지원자가 많아졌고, 입학 기준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1번을 선택하지 않았다.

2번은 어땠을까. 전과는 보통 성적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1학년에 학고를 맞은 학생이 전과가 가능할까? 구체적으로 알아보진 않았지만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딱히 가고 싶은 과도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 선택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남은 건 경영학과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선택을 받아들였다. 2학년 2학기부터 정신 차리고 수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꽤 오래 방황했다.) 인액터스라는 사회적 기업 동아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동아리에서는 전통시장 상인분들과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 기획 및 운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좋은 파트너와 팀원을 만난 덕분에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뉴스 보도와 함께 구청장 표창장까지 받을 수 있었다. 경영학 수업에서 배운 기획, 마케팅, 인사관리 등을 실전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선택 이후에 나의 행보와 결과가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나는 여러 선택을 해야했다. 취업준비를 하며 진로 선택을 했고, 결국에는 경영학에서 공과대학원 진학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문과생이 공과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대학원 졸업 후 취업준비할 때 문과 출신이라서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두 분야에서 모두 전공한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개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 기획부터 설계,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관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원 진학은 대학교와는 달리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선택 자체보다는 결국 그 이후에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선택에 만족할 수도 불만족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선택 이후의 행동이 중요하다


유재석의 명언 중 하나이다. 우연히 이 글을 마주치고 인상깊어서 가끔씩 떠올린다. 나의 가치관을 멋스럽게 잘 표현해주는 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인생은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어떠한 선택이 나의 미래를 확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 이후에 나의 행동은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주어진 상황과 과거의 나를 원망하기 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본인이 과거에 선택하며 기대했던 미래를 마주하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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