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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성키

[독후감]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by sungkee 202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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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요조라는 인물에 대하여


요조는 표리부동하며 심기에 어긋나는 경우 돌변하는 인간의 본성을 두려워한다. 이를 숨기고자 억지로 익살꾼을 자처하며 거절을 못하고, 사람을 두려워하는 자신의 본 모습을 들킬까 조마조마해하는 인물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여러 일탈 행위를 거치며 본가로부터 버림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자와 술, 마약 등의 쾌락을 즐기고 자살을 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주변 인물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힌 후 본가로 돌아가 약에 의지한 모습으로 결말을 맞는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실제 그와 유사한 삶을 살았다. 다자이 오사무 또한 부유한 가족에서 태어났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것에 큰 상실감을 느꼈으며 총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삶을 마감하였다.

 

 


 

누구의 삶도 정답은 아니다


다양한 소설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음침하고 어두운 인물은 정말이지 처음 접해봤다. 소설책이 공포 만화의 거장인 이토 준지의 작품으로 나올 정도면 말 다한 거다. 이토 준지 만화는 기분 나쁠 정도로 그림이 거북한데 소설책을 읽으면서 이런 그림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요조라는 인물이 일반인에게 거부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을 회피하고 죽음에 가까운 사람, 내 주변 인물이었다면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동시에 마음 한켠에는 그를 도와주고 싶다는 동정심과 저렇게 살면 안될텐데라는 우월감이 공존하였다.

 

이토 준지의 인간실격 만화책 표지

 

이런 나를 간파한 것 마냥, 요조는 세상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아래 발췌된 부분은 마치 요조가 나에게 던지는 말과 같이 느껴졌다.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중략)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납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중략)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인간실격' 中 발췌 

 

세상은 개인이라는 말에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요조를 보며 저렇게 살면 안될텐데라는 내 생각의 기저에는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보편적이고 옳다는 전제가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00명이 있으면 100명 모두가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을텐데, 고작 나 하나라는 표본을 가지고 타인을 판단하고 있던 것이다. '꼰대'가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이가 들수록 연역적 사고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경험을 통해 대전제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획이란 무엇인가 中)

 

기획이란 무엇인가, 길영로, 페가수스 (134p)

 

연역추리 과정에 따르면 대전제 하에서 소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즉, 대전제에 갇혀있는 사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역적 사고를 할수록 머리가 굳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편협해지는 것 같다. 고작 서른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이런데,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꼰대가 되는 것은 마치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물과 같을 것이다. 스스로 깨어있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물살에 휩쓸려 꼰대의 바다로 표류하기 쉽상이다. 타인의 생각과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의 삶도 정답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며 인간실격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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