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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성키

[독후감]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죽음 앞에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by sungkee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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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소식을 들은 친구 이바노비치는 죽음의 대상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의 태도에 환멸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을 나와 동떨어진 주제로 여긴다는 점이 비슷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죽음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또한 죽음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수순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삶이 당연하고 죽음이 특별하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삶이 특별하고 죽음이 당연한 것이다. 삼단논법의 예시처럼 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대부분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죽음에 직면한 때가 되어서야 인생을 돌아본다. 그리고 죽음 직전에야 무의미한 일에 집착했던 과거를 후회한다. 이반 일리치는 권력욕과 완벽해 보이는 삶에 집착했다. 이를 위해 방해되고 불필요한 것들은 외면해버렸다. 심지어 가족도 그에게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염려해주는 사람 하나 없음을 깨닳으며 처절하게 절규한다. 무가치한 것을 좇은 사람의 말로는 이렇게나 비참하다.

 

나를 죽음 앞에 두는 순간 어떠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순식간에 해탈의 경지에 오른 사람처럼 변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내가 바라는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로부터 발생하는데, 그것이 죽음과 함께 놓였을 때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회적 욕망으로 나 스스로 정말 원한다고 착각했던 것들이다.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 비싼 차, 넓은 집, 부와 명성, 완벽한 가정, 우수한 도덕성 등... 하지만 그것들 자체가 과연 죽음 앞에서도 중요할까? 또한 이를 쟁취하는 과정이 인생을 정말 가치있게 만드는 것일까? 이렇듯 죽음은 욕망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함으로써 나와 그것 사이에 객관적인 거리를 마련해준다. 또한 그 거리감은 내게 사회적 요구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다면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책 한 권 읽고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난 아직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는 여전히 사회적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과 배려, 건전한 정신, 건강한 신체, 일상의 소중함, 성장의 즐거움 등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하나씩 깨우치고 있다. 그리하여 내 시간을 더 가치있는 것에 쏟아부을 수 있게 노력하는 중이다. 꾸준히 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며 사랑 표현을 자주 하려고 한다. 목표를 위해 공부하되 닦달하지 않으며 위로하고 격려한다. 맛있는 커피와 음식을 먹고 햇살을 받으며 여유를 즐긴다. 불필요한 욕망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소하지만 가치있는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죽음 앞에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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